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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KSoP 부회장]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에서의 존엄사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에서의 존엄사


[이승훈 KSoP 부회장]

<을지대학병원 의료원장>

***

얼마 전 토마스 모어가 1516년에 쓴 '이상향의 나라 유토피아'를 다시 접할 기회가 있었다. 유토피아의 내용은 당시 영국과 유럽이 중세에서 근세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만연한 부정과 부패, 불평등을 비판하고 새로운 이상적인 세상 국가를 제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유토피아의 내용은 매우 진보적이고 사회주의적인 성향을 보인다. 이러한 평가는 토마스 모어가 당시 현실 사회를 비판하고 문제점을 분석, 대안으로 이상적 사회상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유토피아라는 대안을 등장인물 라파엘이 여행 중에 발견한 이상향인 유토피아의 사람, 법률, 제도, 교육, 관습 등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유토피아 사회의 기본 이념은 사람은 모두가 평등하고 또한 평등한 쾌락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평등 개념이다. 그리고 평등하게 노동하고 평등하게 소유한다. 종교관을 보면 유토피아 사람들은 각자 어떠한 강요도 없이 자신이 선택한 종교를 통해서 유일한 우주의 창조주 즉 최고의 존재를 경배한다. 타인에게 전도는 겸손하고 합리적으로, 또 남에게 고통을 가하지 않는 방법으로만 할 수 있다. 만일 폭력으로 종교를 강요한 사람은 추방형 혹은 노예형에 처했다고 기술한다.


이번에 책을 다시 보면서 예전에 젊은 시절에는 관심도 없었고, 그 의미를 잘 모르고 지나쳤던 것이 있었다. 바로 품위 있는 죽음 즉, 존엄사에 대한 내용이다. 토마스 모어는 환자와 죽어가는 사람에 대한 간호라는 제목으로 어떻게 죽어가는 사람을 간호해야 하는지를 기술해 놨다. 유토피아에서는 환자와 죽어가는 사람들을 아주 극진한 간호를 하고, 약과 음식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리고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린 사람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한 노력 즉 통증 조절에 최선을 다한다. 또한 환자를 방문한 사람은 곁에 앉아서 그와 대화하며 최선을 다해 위로한다고 기술돼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환자에게 최선의 적극적인 치료와 함께 세심한 정신적인, 그리고 영적 지지를 포함한 완화의료 서비스와 호스피스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어떻게 보면 오늘날 우리가 죽어가는 환자들에게 충분하게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그 당시에 생각했던 것이다. 또 유토피아에서는 꾸준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병이 치료 불가능하고 극심한 고통으로 죽어갈 때에는 사제가 존엄사를 권한다. 사제들은 환자에게 질병이 더 이상 환자 자신을 제물로 삼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이제 사는 것이 단순히 고통에 불과하고 이 세상이 감옥처럼 된 이상 삶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환자는 신의 뜻의 해석자인 사제의 충고에 따랐으므로 그렇게 죽는 것은 신성하고 경건한 명예로운 일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받아들인 사람들은 굶어죽든지 아니면 약을 먹고 고통 없이 잠들어서 죽음을 느끼지도 못한 채 삶을 마감한다. 그러나 환자가 스스로 원하지 않으면 결코 존엄사를 시행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그런 환자에게 계속적인 극진한 보살핌을 중단 없이 제공한다. 그러나 사제와 당국의 동의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에 대해서는 매장이나 화장할 가치도 없는 일이라 여겨서 시체를 가까운 음지에 던져버린다. 이렇듯 존엄사에 대한 성찰이 500년 전에 이미 자세히 정리됐다는 사실을 보고 토마스 모어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500여 년 전에 있었던 토마스 모어의 진보적인 사고를 이제 우리는 조금씩 실천하기 시작했다. 2018년 2월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따른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작됐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의학적으로 회생가능성이 없이 악화돼 사망이 임박한 임종과정의 환자에 대해 자기결정을 존중,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된 것이다.


말기 환자에게 최선의 완화의료, 호스피스, 통증 조절을 해주고, 회복이 불가능한 임종기 환자에게 고통만 더해줄 수 있는 연명치료인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인공호흡기, 항암제 투여를 환자 스스로 거부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그리고 연명치료를 중단을 통해서 토마스 모어가 꿈꾸던 품위 있는 죽음이 완성되어 가고 있다. 이승훈 을지대의료원장

[원본] : 대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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