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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KSoP 부회장] 존엄사

존엄사


[이승훈 KSoP 부회장]

<을지대학병원 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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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품위 있는 죽음, 존엄사, 연명의료 거부, 심지어 안락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월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따른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작됐다. 의학적으로 회생가능성 없이 사망이 임박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해 자기결정을 존중,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 법률의 요점은 본인이 사망에 임박했을 때, 인공호흡기, 항암제 치료, 혈액 투석, 심폐소생술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내 뜻과 전혀 관계없이 이뤄진다. 그러나 삶을 마무리하는 과정은 스스로 준비한다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길게는 100년 가까운 세상의 삶을 마무리한다는 것이 간단할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황망하게 죽게 돼 남은 사람들에게 짐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세상을 떠나는 동안 불필요한 고통을 받아서도 안 된다. 그래서 준비하는 사람에게 보다 더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기회가 주어진다.


우리는 반드시 자신의 죽음, 인생 마무리에 대해서 학습하고, 생각하고, 찾아보고 정리해서 기록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죽을 때를 대비해 병에 걸렸을 때 내가 원하는 치료에 대해서 미리 밝혀둬야 한다. 우리는 죽음을 말하길 터부시 한다. 흔히 죽음은 실패를 의미한다. 어떤 작가는 장수 숭배주의가 우리 시대에 팽배해 있다고 한다. 어떻게 해서든 무슨 수를 쓰더라도 오래 살려고 한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극도로 꺼린다. 남보다 일찍 죽는 것을 애통해 한다. 그러나 죽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필자의 아버지는 20년 전에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다행히 아들이 암 전문의인 덕에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피해서 편안하게 가셨다. 아버님은 숨이 차는 고통 가운데서도 조용한 병실에서 사랑하는 아내, 아들, 딸, 며느리 그리고 미국에서 찾아온 조카들의 인사를 받으시고 어느 맑은 아침에 가족들의 품 안에서 마지막 숨을 내쉬고 생을 마치셨다. 비록 자신이 평생 가꾼 집은 아니었지만 마지막 말씀도 남기시고, 하실 일을 마무리 하시고 돌아가셨다.


'태어나는 것은 나의 선택이 아니지만 떠나는 것은 나의 방식대로 하려고 합니다. 가는 마당에 왜 배우자나 후손들에게 힘든 일을 남겨줘야 합니까. 아니면 스스로 결단하여 정리하시겠습니까'. 자신이 사전에 분명하게 의사를 밝혀 놓지 않으면 문제는 복잡해질 수 있다. 배우자와 자녀들의 의견이 다를 수 있고, 자녀들 간 의견이 다를 수 있으며, 모든 직계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서 결정하는 일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결정이 늦어지면 결국 불필요한 고통이 환자에게 주어지고 가족들도 그 만큼 힘들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인 연명의료관련 법과 제도가 시작됐고 그것을 실행하는 시작은 바로 연명의료계획서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하는 것이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 간경화로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말기 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해 작성이 가능하다.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돼 있는 의료기관에서 담당의사 및 전문의 1인에 의해 말기환자나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로 진단 또는 판단을 받은 환자에 대해 담당의사가 작성하는 서식이다. 말기 환자 자신과 가족이 병원에 의사를 표명하고 진행하면 된다. 그리고 이 법이 말하는 연명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에 국한된다. 수액 공급이나 영양 공급 등은 포함이 되지 않고 지속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이면 건강한 사람 누구나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찾아가 안내받고 작성하여 등록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앞으로 다가올 임종 단계에 불필요한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등록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존엄사에 이르는 첫 걸음인 것이다. 이승훈 을지대의료원장


[원본] : 대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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