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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흠 KSoP 회장님] 건강검진 과열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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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과열시대


유승흠 KSoP 회장님

<한국의료지원재단 이사장>

***

일상생활에서 건강검진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소득이 2만4000달러 시대라서 건강을 제일 먼저 챙기게 되었으며, 질병의 예방과 조기진단이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민들은 국가암검진을 비롯해 국민건강보험에서 실시하는 정기검진과 직장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직장검진, 그리고 개인이 별도의 비용을 들여 하는 검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조기검진의 성과는 통계자료로 확인할 수 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1990년대 41.2%였던 암의 상대생존율이 현재 66.3%로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는데, 이런 결과는 치료기술의 발달과 함께 암 조기 발견이 이루어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조기 발견과 이에 따른 조기 치료의 산물이다.

질병은 처음부터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지만 발병을 막지 못했다면 차선책은 일찍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다. 조기에 발견하면 병이 진행되었을 때보다 치료방법도 상대적으로 쉽고 치료 결과 또한 월등히 좋다. 이런 이유로 건강검진이 장려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지나치면 오히려 문제가 생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하지 않았던가. 의료기관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건강검진기관의 경쟁이 확산되었고, 검진기관들은 비교우위에 서고자 같은 비용으로 많은 항목을 검진해 주겠다고 경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요즈음 갑상선암에 대한 초음파 검사가 종종 입에 오른다. 우리나라는 국가에서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암 등 5대 암에 대한 검사를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갑상선암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굳이 매년 건강검진에서 찾아내야 할 필요가 없는 암이기 때문이다.

의료장비의 발달로 초음파 기기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과거에는 찾을 수 없었던 미세 갑상선암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암과는 달리 ‘느림보 암’이라고 불리는 갑상선암은 아주 크기가 작을 때 떼어 내는 것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일찍 치료를 해서 얻게 되는 불이익이 더 클 수도 있다.

그런데 일반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건강검진을 받을 때 검진기관의 직간접적인 권유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자주 하게 된다. 최근에 언론을 통하여 갑상선 초음파 검사의 장단점이 이슈화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덕분에 이제 보통 사람들도 갑상선 검진으로 인한 이익과 문제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예전에는 진단이나 치료과정에서 의료진이 주로 의사결정을 했지만 이제는 많은 부분에서 환자와 환자가족이 의료진과 상의하여 결정하는 이른바 공동의사결정(shared decision)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건강검진에서도 의료진이 사전에 검사의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와 상의해서 진단과 치료과정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게 좋다. 그러나 무조건 많은 항목을 받기보다 자신의 상태나 가족력 등을 고려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검사항목을 스스로 판단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책임지기 위해서 치르는 약간의 수고인 것이다.

건강검진을 제때에 받지 못해 큰 병을 놓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불과 한 세대 만에 과잉 검진을 걱정하는 세상이 되었다. 불필요한 의료자원의 낭비는 줄이고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에 자원을 투입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도 경제적 여유가 없어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어려운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많이 있다. 과잉 검진으로 낭비되는 의료자원을 이런 어려운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사회이지 않을까 싶다.

[출처]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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