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링과 모금캠페인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킹핀(king pin)'을 찾아서 쓰러뜨려야 한다는 점이다. 핀 10개 가운데 맨 앞에 있는 1번 핀을 맞혀서는 스트라이크 잡을 수 없다. 그러나 볼링을 처음 하는 사람들이나 초짜 캠페이너에게는 1번 핀이 맨 앞에 있으니 이를 목표로 해야 할 것 같이 느껴진다.
의도대로 정확히 1번 핀을 맞힌다고 해도 결과는 좋지 않다. 양쪽 끝 핀이 남는 '스플릿(Split)'이 나기 쉽기 때문이다. 볼링을 좀 해본 사람은 다 안다. 스트라이크를 치려면 1번 핀 뒤에 숨어있는 5번 핀을 맞혀야 하는 것을. 볼링공이 1번 핀과 3번 핀, 왼손잡이라면 1번 핀과 2번 핀 사이로 휘어 들어가서 5번 핀을 때려야 다른 핀을 연쇄적으로 넘어뜨릴 수 있다.
그래서 모금산업에서 킹핀은 파급효과가 큰 '핵심 목표'를 뜻하는 말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것을 급소라고도 하고, 문제의 핵심이라고도 한다. 한마디로 최상 경로 (critical path; 어떤 프로젝트를 최단 시간에 가장 적은 비용으로 완수하기 위해 따라야 하는 절차)의 경우를 뜻하는 것이다. 비슷하게 북한의 정치학 용어 사전에 '중심고리 전략'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혁명의 발전 단계마다 제기되는 수많은 연쇄적 과업 중에서 어느 한 과업이 해결되면 다른 모든 과업이 잇달아 해결되는 핵심 고리를 찾아내어 거기에 공격을 집중하는 것'이다.
프로가 쓰는 볼링 볼과 아마추어의 볼의 내부 구조가 다르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프로의 볼은 스핀이 더 잘 들어가 킹핀을 더 잘 칠 수 있게 설계 되었다. 마찬가지로 모금전문가는 예측, 분류, 진정성을 구별하는 툴을 갖고 있기에 일반 모금운동가와는 성과가 다르다. 이것이 바로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전문가를 고용하는 이유인 것이다.
조직의 수장을 상대로 모금을 하겠다는 그야말로 1번 핀을 맞히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장이 반드시 킹핀인가? 오히려 그의 배우자인 경우도 있다. 잘못 요청을 했다가 스트라이크는 고사하고 스플릿이 난다. 핀을 많이 쓰러뜨리려면 어떤 것이 킹핀인지 고민해야 한다. 힘의 역학 관계, 결정 구조, 모금에 열정, 능력 등에 대한 태클(적극적 정책)이 필요하다. 구조적으로 똬리를 튼 문제들을 풀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꾸 엉뚱하게 1번 핀으로 공을 굴린다. 잘 풀리지 않는 이유를 세밀히 파악하고, 문제 정의를 제대로 하고, 목표든 비전이든 한 줄로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화하며, 일의 순서와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확히 설정하고, 더 나아가 우선순위를 실행할 수 있게 쪼개고 또 쪼개고, 이를 수행 가능한 액티비티(activity)로 과제ㆍ일정ㆍ책임자를 세분화하고, 측정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킹핀 전략의 골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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