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통큰 기부’ 부럽다면
박태규 KSoP 부회장님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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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미국에서 들려온 통 큰 기부 소식이 화제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61)이 세포생물학 연구에 1억달러(약 1109억원)를 기부했다는 것이다. 1975년 빌 게이츠와 함께 MS를 창업한 앨런은 1983년 혈액암 진단을 받고 현업에서 물러난 후 개인투자회사를 운영하면서 사회공헌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기초과학 분야에 기부한 돈은 16억달러(약 1조7729억원)에 이른다. 그의 기부활동에는 1986년 설립한 민간 공익재단인 ‘폴 앨런가족재단’이 큰 몫을 하고 있다. 빌 게이츠도 그가 설립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세계적으로 거액 자산가 기부활동을 선도하고 있다.
민간 공익재단을 통한 이러한 기부 형태는 미국 자선전문지 ‘크로니클오브필랜스로피’가 발표한 2013년 상위 기부자 50인에게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랫동안 민간 공익재단이 장학, 교육, 사회복지,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적 문제들을 해소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이런 활동에도 불구하고 어느 때부터인지 우리 사회에서는 민간 공익재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 크게 부각되어 왔다. 과거 일부 공익재단들이 상속·증여세를 회피하면서 기업 경영권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방편으로 이용된 사례도 있었고, 설립 이후 공익사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 사례도 볼 수 있었다. 이런 사회적 비판이 제기되면서 1990년대 들어 정부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공익재단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려는 정책을 강화해 왔다. 외부 전문가를 통한 세무 확인, 전용 계좌 개설과 사용 의무, 결산 공시, 출연 재산과 공익사업 운영내용에 관한 장부 작성·비치 등 많은 개선책들이 도입되어왔는데 민간 공익재단들이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참여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1995년 이후 지속적으로 강화되어온 공익재단에 대한 주식 보유 제한 정책이 재고되어야 한다. 공익재단에 출연하는 국내 기업이 발행한 주식 보유 한도를 현재 5%(성실공익법인 10%)에서 상향 조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민간 공익재단에 대해 주식 보유 제한이 없는 영국 호주 대만을 제외하더라도 미국 20%, 일본 50% 등과 비교하더라도 지나치게 낮아 주식 출연을 통한 민간 공익재단 설립을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공익활동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는 데도 제약이 되고 있다.
둘째, 공익재단의 적극적인 역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본재산을 공익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변화가 요구된다. 기본재산 처분과 사용에 대해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현행 제도하에서 기본재산을 적극적으로 공익활동에 사용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제도가 지속된다면 기본재산만을 유지하면서 이렇다 할 공익활동을 수행하지 못해 실질적인 휴면 재단이 상당수 존재할 수밖에 없다. 공익재단에 대한 정책이 기본재산만을 지키도록 하는 소극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익재단 재산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공익재단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매년 공익재단 총자산 중 최소 5% 이상을 공익사업에 사용하도록 규정한 1968년 미국 세법 개정 경험을 거울 삼아야 한다. 지금은 오히려 우리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민간 공익재단을 적극 동참시키고, 역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본재산 소진을 허용하는 ‘한시적 재단’ 도입도 전향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와 같이 공익재단 주요 사업 영역과 관련된 부서에 등록하게 함으로써 활동영역을 제한하는 등록부서 중심 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익재단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제약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출처]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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