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부하는 과정의 독특한 방식 때문에 착한 일을 하면서 재미까지 누리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기부 캠페인의 성공모델이 됐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주관하는 미국 루게릭병 협회(ALS)에는 2014년 7월 말부터 한 달 동안 4,180만달러가 기부됐고, 신규기부자들이 74만명 늘었다. 이 짧은 기간에 전년도 전체 기부금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모이자 매년 여름 이 캠페인을 하는 것으로 정례화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이런 성공을 거두니 우리나라 기부금 모금 기관들도 ‘무엇으로 기부자들에게 재미를 느끼게 하면서 기부를 하게 할까’ 하는 고민이 한창이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의 성공 비결은 기부 과정상의 즐거움과 재미에 있다. 이 재미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 다른 사람의 반응을 지켜보는 재미, 경쟁심리, SNS 유행, 인적 네트워크 과시욕, 자신의 선함을 보여주고 주목받고 싶은 욕구와도 연결돼 있다. 이런 재미는 진지하기만 한 기부의 진입장벽을 낮춰 마음을 열고 쉽게 참여하게 하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그런데 그렇게 재미있게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참여한 사람들 중 얼마나 많은 이가 실제로 기부를 했을까? ALS협회에 새로 기부한 74만명이 지금도 재미있게 기부를 하고 있을까?
영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참여하고 실제 기부까지 한 사람은 참여자의 10%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도 참여자 대부분이 기부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ALS협회에 새로 유입된 기부자 74만명 중에도 두 번 이상 지속적으로 기부하는 사람들은 절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재미로 시작한 기부가 정말 재미있게 지속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기부자들은 공통적으로 내가 기부한 돈으로 만들어진 크고 작은 변화를 확인할 때 재미와 행복감을 느낀다. 내가 기부한 돈으로 아프리카의 한 소녀가 학교를 마치고 선생님이 됐다는 소식, 범죄 피해로 인해 무너진 가정의 아이가 심리치료를 통해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는 소식,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여성이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을 통해 돈을 빌려 샌드위치 가게를 열고 조금씩 매출이 올라가고 대출금도 상환해간다는 소식 등. 내가 낸 기부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고 만들어낸 변화의 소식이야말로 기부를 정말 재미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열쇠다. 기부자들이 이러한 기부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려면 모금 기관에서 기부자들에게 변화의 소식을 잘 알려줘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기관에서 예산·인력 부족으로 기부금이 만들어낸 변화를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약 30%의 기부자들이 1년 안에 기부를 중단한다.
사람들은 재미를 느끼면 계속 한다. 다른 이를 도우면서 느끼는 기쁨을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라고 한다. 기부를 하면서 헬퍼스 하이를 느껴본 사람은 주변 사람에게 계속 기부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기아대책기구 필란트로피 클럽의 노국자 할머니는 아프리카에 우물을 세우고 사람들의 삶이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는 기쁨을 누리고 지금까지 1,500명 이상의 사람들이 기부에 참여토록 권했다. 카이스트에 기부한 김병호·김삼열 부부는 ‘기부 바이러스 전파’를 사명으로 삼는다. 기부를 재미로 한 번 한 사람은 있지만 기부가 만든 변화에 재미를 느끼고도 한 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 비영리 기관들이 제2, 제3의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만들어내려고 할 게 아니라 기부자들에게 진짜 기부의 재미를 알도록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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