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김현수 교수 칼럼
필자는 대학에서 필란트로피를 가르친다. 필란트로피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재산과 재능, 시간을 자발적으로 나누는 정신과 활동을 말한다. 이에 열심인 사람을 필란트로피스트라고 한다. 빌 게이츠는 수업에서 꼭 언급되는 필란트로피스트다. 그의 기부금액 규모는 한때 세계 최고였으며, 기빙플레지 운동을 통해 전 세계 수백 명의 수조 원대 자산가들이 생전 또는 사후에 재산의 50% 이상을 기부하도록 하는 바람을 일으켰다. 그의 다양한 필란트로피 노력은 사람들의 존경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에게도 비난받는 구석은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독점법 위반과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기금 일부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한 석유회사에 투자된 것이 드러나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필란트로피스트로서의 명성에는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그의 이혼은 충격적이다. 이혼 사유가 그의 자유분방한 성생활과 성추문으로 추정되면서 빌 게이츠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마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일하고 누구에게나 존경받았던 할아버지의 뒷방 생활이 드러난 느낌과 비슷하다고 할까. 자신과 가정의 삶의 질을 책임지지 못한 이가 세상의 삶의 질을 위해 헌신한 아이콘이라니…. 다음 학기 수업에서는 빌 게이츠의 사례를 빼야 하나 고민이 된다.
필란트로피스트에 대한 이중적 평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필란트로피스트들은 오히려 죄의식에서 출발한 속량의 행위로 자선에 몰입하기도 한다. 자신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가 전쟁에서 살상무기로 사용되는 것을 보고 괴로워하던 노벨은 재산을 평화운동과 노벨상에 사용하도록 유언했다. 미국의 석유왕 록펠러도 노동 탄압과 철인 같은 경영방식에 대한 회한으로 인생 후반부에는 의학·과학의 발전과 미국 전역에 도서관과 고아원을 세우는 등 자선사업에 주력했다.
'모든 인간은 죄를 범하였으니'라고 성경에 쓰인 것처럼 완벽한 인간은 없다. 완벽한 인간만 자선을 행할 수 있다면 남을 위해 자선을 행할 수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빌 게이츠조차도 오점이 있는 인간이었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의 완벽하지 않은 세상을 위한 노력, 그것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래야만 오점 있는 많은 이들이 남을 돕는 용기를 낼 수 있으니까. 다음 학기에도 빌 게이츠 사례는 수업에서 인용될 것 같다. 물론 그의 오점도 덧붙여서.
[출처] MANGOPost [원본] http://www.mangopost.org/news/articleView.html?idxno=684
Bình luận